굴러들어온 떡
“모르겠사옵니다. 비단옷을 입은 사람인데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왕손님을 뵙자고 청하옵니다.” 하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비단옷을 입고 나를 찾아왔다고?” 자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상기된 표정으로 황급히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누구도 찾아주는 이 없는 처소에 비단옷을 입은 귀인이 찾아왔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보면 간절히 기다리던 일이었다. 속으로 숙원하고 또 기원했던 일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호들갑을 떨며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조금은 무게를 잡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가쁜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당에는 넉넉하게 생긴 사내가 수염을 날리며 굵은 느티나무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비단옷을 치렁치렁 걸친 모습이며 눈이 부리부리하고 두 턱진 얼굴에 키가 6척은 되어 보이는 것이..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