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길에서 만난 여인
겨우 눈을 떴다. 아직은 살아 있었다. 사물은 모두 부옇거나 서너 개씩 흔들려 보였지만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과 아직은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른거리는 사람들의 형체도 또렷하게 보여지진 않았다. 촉수 밝은 전등이며 제법 실내장식이 호사스러운 곳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 목이 타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것 같아 두어 차례 마실 물을 달라는 시늉을 했다. 입안에 물기가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 몸 안에 습기조차 없는 느낌이었다. 딱 한 방울의 물만 먹었으면 당장 죽어도 좋을 것 같았다. "물을 달라나 봐요." 또르르 구르는 여자 목소리를 들었다. 사내가 뭐라고 대꾸를 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바싹 마른 입술을 자꾸 가리키기만 했다. "줄..
202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