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남편들의 죽 부인
선비들에게 죽부인은 대표적인 사랑방 용품이었다. 죽부인은 너비 약 1∼1.3㎝ 정도의 대나무를 엮어 어린아이들 키만큼 통을 만들고 구멍을 내어 바깥과 바람을 통하게 한다. 낮잠을 잘 때나 쉴 때 팔과 다리를 얹게 되면, 바람이 솔솔 들어와 잠이 절로 든다. 공예품에 불과한 것이 어떤 연유로 부인이란 칭호를 받았을까. "중국의 한무제가 여름에 감청궁이란 데로 피서를 갔다. 황후를 비롯해 천여 명의 후궁들이 따라갔으나 정작 황제의 더위를 식혀주지 못했다. 이를 몹시 송구스럽게 여긴 황후와 후궁들은 장인을 시켜 대나무 궤를 만들어 황제에게 바치고 이름을 죽부인이라 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죽부인은 피서용품이긴 하지만 남성들의 전용물이었다. 죽부인은 흔히 말하는 애첩과는 그 격이 다르다. 고려 말 거유(..
202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