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잔치국수
풍습이 바뀌면 세상사의 많은 면모도 달라진다. 한 국수공장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는데 결혼 예식에 더 이상 국수를 제공하지 않아서 물건이 안 팔린다고 했다. 이는 피로연을 집이 아니라 예식장에서 치르는 현재의 풍속과 관련이 깊다. 경제성장으로 뷔페라는 이름의 값나가는 외식에 소박한 국수가 밀려버렸다. 또 도시화는 아파트에서 뭘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간단한 김장조차 쉽지 않다. 하물며 대량의 국수를 삶고 대접할 마당과 조리공간이 있을 리 없다. 뷔페가 인기를 끌면서 잔치국수는 제일 큰 판매처를 잃었다. 설사 국수를 계속 대접하는 문화가 살아 있었다고 해도 결혼이 드문 요즘 같아서는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옛날에 혼인날이 다가오면 예식 일주일 전부터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다른 지방에서 오는 친지들..
2023.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