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서리(김규환)
한 친구는 보리밥이 싫다고 한다. 배고팠던 시절이 생각 나기 때문이라나. 농사 그리 지어도 쌀밥은커녕 꽁보리밥마저 먹기 힘들었고 먹은들 방귀만 피식피식 나왔으니 오죽하겠는가. 이모작을 했으니 논밭 8할이 보리밭이었다. 그 중 2할은 밀로 채워졌던 70년대 고향 뜰은 서럽게 아름다웠다. 보리밭 밟고 잡초 매느라 봄날 따사로운 햇볕에 그을려갔다. 웬수같은 '볼태기' '독새기' '보리감자' 매느라 허리가 휘어졌다. 보리가 아이 만큼 크면 보릿대 하나 쑥 뽑아든다. 매듭 한개 붙여 잘라, 줄기 따라 날카로운 칼집 살짝 내 달짝지근한 물 쪽쪽 빨고 "부우~ 부부" 보리 피리 불며 놀았다. 배동이 불룩해지며 보리 이삭이 팬다. 뜨물이 차고 오동통 까만 줄그어진 알맹이를 감싸고 보리 까시락도 쭈뼛쭈뼛. 푸르스름하던 ..
202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