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 영장과 여친 수경이

2023. 5. 10. 16:05카테고리 없음

여느 해보다 춥던 겨울의 어느 날
영철은 군 입대 영철은 받아들고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입대 날짜만을 손 꼽아 기다렸다. 남자들의 시집살이라는 군대 생활이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나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무슨 선거로 입대 일이 몇 일 연기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하루하루가 아쉬운 나날들이 아닌가? 그 동안의 나를 정리하고 미지의 세계로 먼길을 떠날 채비를 차리는 큰 도움이 되는 날들이었다. 입대 영장을 받음으로써 나에게 큰 소득이 있었다면 영장을 빌미로 생각지도 않은 수정이를 가지게 된 것이다. 수경이를 사귄 지 2년 가까이 되었지만 손 한번 잡아보지 못했다. 그것마저도 허용을 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다. 그러나 내가 어느 날 그녀 앞에서 영장을 씩씩하게 내밀자 그녀의 태도는 갑자기 돌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쌀쌀맞게 굴던 애가 어찌나 사근사근 구는지 오히려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입대 이틀 전 밤을 우리는 함께 보냈다. 그의 매일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도 수경 이는 밤 12시를 넘겨도 집으로 갈 생각을 안고 술자리가 마무리 될 때까지 같이 있어주었다. 친구들이 수경 이에게 술을 억지로 권하며 내가 그녀를 정복하는데 도움을 주려했으나 그녀는 끝내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친구를 보내고 수경 이를 집까지 바래다 줄 목적으로 생맥주 집을 나섰지만 나는 그 날 만큼은 수경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가는 길에 모텔이 눈에 들어왔다. 영철은 모텔 앞에서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손을 뿌려 쳤으나 재차 잡아끌자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영철이를 따라 모텔로 들어갔다. 평소 같으면 그러한 호기는 부리지 못하였을 뿐더러 수경이게는 뺨이라도 얻어맞아야 될 형편이었다. 영철은 여기서 입대 영장의 위대한 효과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하나가 되어 짧은 밤을 아주 길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