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결고리
어느날 마동수는 백윤수 과장에게 오늘은 제가 한잔 사고 싶은데 어떠세요? 하고 물었다.
좋지. 술마시는 일을 빼먹을순 없지 하며 백윤수는 따라 나섰다. 마동수는 일전에 채정아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백윤수는 그집 앞에서 만난 남자가 그의 조카라고 했다.
그의 조카 이름은 백하영인데 백윤수의 형님의 아들이랬다.
백하영은 그림에 소질이 있고 그림으로 일생을 살겠다는 생각에 군을 제대한후에 한창미연에 입숙하여 그림공부를
하고 있었다.
여류화가 진미숙이 자살했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신문 사회면에 일단 기사로 난 기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했었다.
그러나 마동수는 점점 그것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것이라는 생각이 짙어졌다.
진미숙은 강원도 인제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고등학교때는 그림의 천재라 불리웠다.
강원도 인제가 어디인가.진부령 대관령을 넘으면 설악산 강릉을 갈수있는 천 메터가 넘는 태산준령이 첩첩히 둘러쌓인
산골오지의 촌구석에서 그림천재가 태어났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림을 보고 평가한 사람이 내노라하는 그림 평론가가 말한것이 아니고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해준 것이다.
진미숙은 그림을 좋아하니까 일생 그림을 그리며 살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진미숙은 물어물어 한국창조미술의 기숙사에 입학할것을 결심하고 무작정 상경했다.
상경한 진미숙은 한국창조미술연구소의 문을 두들겼다.
옛날에는 무작정 상경한 사람이 문을 두들기고 內第子가 되어 그림을 배워 큰화가가 됐다는 식의 이야기는 가끔 있었다.
그런데 진미숙은 좀 달랐다.
한창연은 강동구 아차산 기슭에 넓다란 대지에 사무실과 기숙사등이 있었고 외부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게
외진곳에 있었다.
진미숙이 한창연에 가서 문을 들겼으나 안에서 아무 기척이 없어 어떻게 할까하고 망서리고 있는데 그때 김문호가 외출에서 돌아오다 진미숙을 보았다?
무슨일이지?
네에.. 김문호는 당시만해도 돈을 잘벌어 술집이나 기생집에서 성숙한 여인만 상대했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애송이 소녀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진미숙 한테서 신선감을 느꼈다.
김문호는 흑심을 품고
張舜基 선생님은 부재중이신데 뭔가 할말이 있으면 내게 말하면 않될까 했다.
그럼 선생님은 누구세요?
난 김문호 敎頭야. 진미숙은 김문호의 이름도 들어 알고 있었다.
전 강원도 인제에서 왔는데 창조미술 연구소의 제자가 되고 싶어 왔습니다 했다. , 하며
꾸러미에 싼 그림 몇점을 보여 주었다.
이것이 네가 그린 그림이냐?
네. 내가 그림을 봐줄게.. 그래서 진미숙은 한창미의 문턱을 넘게 됐다.
소녀의 그림은 전문가 눈에는 치졸하기 그지 없었다.
소녀는 김화백이 어떤말을 할지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았다.
김화백은 어떻게하면 이 푸성귀같은 소녀를 잡아 먹을까에만 정신을 쏟다가
넌 10년 아니 백년만에 처음 만날만한 그림의 天才的인 소질을 가졌다. 고 했다.
진미숙은 그의 속도 모르고 난 그림에 자신 있어. 그동안 수없이 천재라 소릴 들었으니까 하고 속으로 좋아했다.
장화백님은 지금 노환중이시라서 內 제자를 들이지 않아.
아마 앞으로는 제자는 더이상 받지 않으실 테니까..
어때 그대신 내밑에 들어와 공부를 할생각은 없나?
장화백의 수제자이신 김화백의 제자라면 결국 똑같은 길이라 생각한 진미숙은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하고 인사 했다.
진미숙은 김문호밑에서 그림을 몇장그렸다.
그 그림중의 한장이 이듬해 한창미전에 출품됐다.
한창미연에 소속된 사람이 그린 그림은 한창미연의 소유물이다.
결혼하기전에 아들이나 딸이 벌어들인 돈은 그 집안의 돈으로 취급되듯이..
대학교 연구실에서 한교수 밑에서 획기적인 실적을 쌓으면 교수가 자기 실적으로 세상에 발표하고 가로채듯이...
한창미연의 전원이 그림을 그려 한창미전에 출품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의 구도, 안발란스,색감그리고 入塾몇년 경과등을 참조하여 김문호교두가 결정한다.
아무리 좋은 그림을 그려도 김문호가 거기에 끼워 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한마디로 미운털 박힌놈은 모른체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창미연의 권력이었다.
김문호교두가 기자들에게 입김을 불어넣어 진미숙의 기사를 신문에 실렸다.
천재소녀화가 진미숙 출현.
그림을 본 사람들은 부제에 붙은 天才少女畵家 그림이라는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의 그림은 아직 고등학교 미전에 출품할정도의 실력이지 專門家들이 出品할만한 그림은 아직 못 되었던 것이다.
벽촌의 소녀가 한창미에 입문한 기념으로 출품했단 네임 밸류로 기숙사내의 인기도 있어서 남자친구가 생기고 그와 결혼하기로 했다. 그것이 백하영이었다.
김문호입장에서 보면 죽쑤어 개준 꼴이 되었다.
약이 바짝오른 김문호는 개인아뜨리에로 진미숙을 불러 드디어 강간을 하고 말았다.
꽃송이를 꺾으면 잠잠할줄 알았었는데 예상외로 그녀는 결혼약속한 백하영한테 강간당한 사실을 알리고 강물에 투신자살하고 말았다.
얼마전에 백윤수 과장이 보여준 신문 쪽지였다.
남자친구는 칼을 들고 김문호한테 쫓아가 죽인다고 고함을 질렀다.
기숙사의 친구들이 말리는 바람에 김문호는 화를 면했지만 김문호가 백하영을 파문하도록 했다.
이유는 교두를 폄하하고 칼을 휘두른것은 있을수 없는 하극상이라는 것이었다.
백하영은 화단 에서도 발을 붙히지 못하고 쫓겨나고 말았다.
그는 쫓겨나와 종적을 감추었지.
지금도 행방을 몰랐었는데 아직도 한창미쪽에 얼쩡거리고 있었던 모양이군.
진미숙이 죽자 김문호는 신문에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 자살하여 애석하다.
한참미연의 일원으로써 퍽이나 애도의 마음을 금할수 없다고 표했다.
김문호는 인간성이 못돼먹은 화가로서의 자질은 형편없는 놈이야.
마동수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한창미연과 K-마트의 관계는 도덕적으로 떳떳한가.
진미숙을 죽인 간접적인 살인은 성립 안할까.
백하영과 K-마트는 그걸로 전연 관계없는 사이일까.
얼마전에 제멋대로의 젊은 조폭에 대해 판매원은 죽으나 사나 죽어 지내야 당연한걸까.
그래 우리 K-마트의 사원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사장이되어 밑에 사람들의 권리를 찾아줘야 하겠다. 하고 어렴풋이 다짐해 보았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좋다.
以熱治熱이라고 했다.
惡을 없애기위해 惡을 이용할수 있다면 그렇게 하자고 마음먹었다.